재건축 제동 걸리자 ‘리모델링’ 주목…새로운 정비사업 대안으로 부상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규제의 바람이 다시 불면서, 주택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리모델링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주비 대출 한도 축소 등 고강도 규제를 내놨다. 그 결과, 재건축 조합들의 자금 조달과 조합원 모집이 어려워지고, 사업 추진 속도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추가 분담금 부담이 커지고 공사비도 계속 오르면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재건축 단지들의 공사비는 이미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20년대 초반 평당 600만~700만 원 수준이던 공사비는 2024년 평균 840만 원을 넘어섰다. 일부 단지는 평당 1천만 원에 달하며, 자재비·인건비 인상과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인한 안전관리비 부담이 더해진 영향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한국부동산원에 제출한 검증 요청액은 2020년 1조 5천억 원대에서 올해 7월 기준 5조 6천억 원을 돌파했다. 불과 4년 만에 4조 원 넘게 증가한 셈이다.
이에 반해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의 골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철거 과정이 필요 없고, 재건축에 비해 기간이 짧고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기부채납 의무에서 제외돼 사업성 계산이 단순하며, 증축 시 일반분양을 통해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리모델링 단지의 시세 방어력도 높아지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 심의 등 기술적 절차는 남아 있지만, 사업 추진 속도와 경제성이 뒷받침되면서 실수요자 중심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관련 시장을 신성장 분야로 보고 적극 진출 중이다. 삼성물산은 ‘넥스트 리모델링’ 브랜드를 내세워 기존 구조를 살리면서도 신축 수준의 스마트 단지로 탈바꿈시키는 사업 모델을 공개했다. 현대건설 역시 별도의 이주 없이 추진 가능한 ‘대수선 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며, 지난 5월 강남 삼성힐스테이트 2단지와 협약을 맺어 ‘디에이치 삼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정부도 규제 완화를 통해 리모델링 활성화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발표한 공급 대책에서 전용 85㎡ 초과 세대의 ‘1+1 분할 분양’을 허용하고, 주택건설사업자 등록 없이도 리모델링 시행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일반분양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어 향후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규제 강화로 정비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단기간 내 주거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리모델링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